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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5월 14일
지금 회사다..
4월부터 연이어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다. 문제는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다는 것. 이게 더 힘들다. 업무시간에 야금야금 서핑하는 건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서핑으로 재미를 얻는 시간보다 남는 시간이 더 많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회사형 인간일까. 상사의 부적절한 명령에도 순응하고 회사의 일을 개인적 약속보다 항상 우위에 두는 것을 보면 '그렇다' 무엇이든지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평가하는데 서툰 것을 보면 '아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선 몰라도 회사에서만큼은 회사형 인간이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회사 전체적인 시각에서 논리를 짜내고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에 따라 판단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 표현하는 일.. 아직은 내게 벅찬가보다. 회사에 몸담은 지 벌써 10년이 다 돼어가고 있는데 이런 나를 볼 때마다 회사에서의 내 미래가 불안하다. 내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지금 내 모습에서 파생될테고 지금의 나는 내 직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태되고 싶지 않다. 극복하고 넘어서 그 후에 다른 활로를 찾는다면 몰라도. 결국은 종합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의 부재로 연결된다. 내가 처한 주변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결론을 내리는 것. 그게 부족한 것이지.... 뇌가 한계에 도달하고도 그것을 넘어서 쇠퇴해가는 지금..어떻게 해야 그런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 그것뿐이 없을까. 그렇다면... 열심히 생각해야지... # by sunny | 2006/05/14 13:27 | 잡동사니
2006년 04월 23일
어떤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내 감정을 대입할 수 있으면 더 의미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혈의 누>가 그랬다. 영화가 끝났을 때 드는 묵직한 느낌. 왜 이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됐을까..하는 아쉬움과 함께 영화가 남긴 긴 여운을 느끼느라 잠시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먼저 섬주민들에 대해 생각했다. 원경에서 움직이던 들러리인 줄 알았는데 화면의 중앙에 자리잡으며 주인공이 돼 버린 그들에 대해서. 자기 눈앞의 작은 이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모습을 본다. 그들의 어리석음이 내 어리석음이니까. 영화를 볼 때야 절대자의 위치에 있으니 그들을 비웃을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작은 결정들을 내리는 나를 줌아웃해 원경에서 지켜본다면 그들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집단에 속해 그 이익이 내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 한 매일매일 순응하며 살고있는 내 모습이 강객주를 죽이는 데 간접적으로 동참한 그들과 오버랩된다. 무고하지는 않았다. 용감하지 않아서 나서지 못할 뿐이지.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다. 무고자들이 나쁜 놈들이지 우리야 무슨 죄가 있나. 그들은 마음속에서 이렇게 외쳤을 뿐이겠지. 어차피 채권자가 사라지니 자신들에게는 더 이익이고. 그런데 강객주에 한해서만 적용됐던 손해가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순간 그들은 또 돌변한다. 징벌의 주체로...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죄를 또 타인에게 덮어씌운다. 무리 속에 섞여 표출하는 그 광기는 끔찍하다. 그 광기를 최근 몇 번 경험했다.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그 무리가 합리적으로 보였었는데 그 밖에 있을 때는 무섭고 폭력적인 그 무엇이었다. 더 무서웠던 것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는 문장들이다. 두호와 무고자들과 박치성 대감과 박치성 대감을 죽이려는 섬사람들의 자기합리화처럼. 모두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해해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실과 원칙은 도대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 걸까. 그래.. 이 영화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원칙에 어긋나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용납될만한 일인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런 대중에 대한 생각이다. 이야기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던 것이 그 의미를 상실해버린다. 영화 속 원규가 겪는 혼란을 나도 함께 겪었다. 원규의 말이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흉년이 왔을 때 지주는 소작세를 감해주어야 한다는 그 말이. 한번 잘 해주기시작하면 더 많은 것을 달라고 하는 게 민중이라는 인권의 말은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탐관오리의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린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살인자가 밝혀지는 순간이 아니다. 5번째 밀고자가 죽임을 당하는 순간이다. 집단살육이 벌어지는 그 순간이다. 추리는 트릭일 뿐이다. 이야기를 풀고나가는 장치이고 이 영화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다. 특히 집단에 속해있는 인간들. 진실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쉽게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분별력을. 그리고 행동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런 용기를. 하지만 또 생각하면 길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내 욕망과 상충된다. 진실과 거짓이 뒤범벅이 된 세상에서 적당히 속고살지 않으면 나만 괴로워질테니까. 주인공인 원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원규 스스로가 밝히지 않는 한 섬에서의 일들과 아버지의 오점은 그냥 묻힐 수가 있다. 원규가 연서를 바다에 던진 것은 과연 진실을 묻고 최차사(최종원 분)와 같이 세상과 타협하면 살겠다는 표시인 것일까. 최차사가 원규에게 아버지에 대한 일을 묻어버리라고 설득할 때 긴장감을 느낀 것은,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규는 무력함도 느꼈을 것이다. 소신대로 어렵게 결정해 인권에게 죄를 물었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최후의 처형식 앞에서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으니까. “민심은 위험한 것이다. 과불급이 없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몸으로 체험했을 것이다. 인권은 옹호될 수 있을까. 인권은 분별력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용기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도 역시 지배계급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싶었기에 소연을 몰래 탈출시키고 무고자들을 죽이는, 정의에 대한 소심한 심판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분노에 취해서. 그도 역시 섬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감독은 ‘염치’를 이 영화의 화두로 삼았다고 했다. 염치라... 결백하고 정직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한다. 인권은 영화속에서 이렇게 말을 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인간이냐, 짐승이지.” 염치를 아는 것.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또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리니까. 강객주의 무죄를 말하지 못하고 진실을 묻어버린 것에 미쳐버린 그 할아버지처럼. 2005년 06월 17일
중학생 때는 소녀소설에 심취했었다. ‘푸름문고’라고, 아주 달짝지근한, 감성과 환상을 자극하는 그런 소설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올훼스의 창’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제목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할리퀸 로맨스의 크기에서 세로로 조금 더 긴 판형이었다. 정말 친구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었다. 빌려 읽고 용돈 모아 사기도 하고. 같은 반에 실제보다 더 재밌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그 내용을 이야기 해 줄 때는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학교에 도서관이 있었다. 친구랑 경쟁적으로 책을 빌려 읽었었다. 세계명작이라는 필독도서에 포함돼 읽은 것을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아니라 국내 작가들의 단편들을 읽었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세로줄의 책들이었다. 작가의 이름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이었을까?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사랑’보다는 ‘짝사랑’에 가까운... 부끄러움과 소심함, 사회적 분위기, 집안 사정 등등에 의해 꽃필 수 없었던, 가슴에 묻어둬야 하는 ‘사랑’이 주 내용이었다. 정말 답답해서 가슴이 꽉 막히게 하는 그런 내용. 그런데 그런 것들이 그땐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애절한 오오라가 풍겨나오는 듯 했다. 그 때 읽었던 책들의 제목도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읽고 난 후의 그 느낌이 아주 조금 아련하게 남아있다. 그 때 미친 듯이 읽었던 그 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 시절 집중했던 것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특히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아무 것도 읽기 싫을 때. 그때는 이런 책들이 더 그립다. 그 땐 이런 것들을 좋아했구나 하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을 수 있게. 2005년 06월 16일
우연치 않게 며칠 전 내손에 <성 수의 결사단>이란 신간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비밀결사가 등장하는 소설이더군요. 토리노의 성의를 바탕으로요. 출판사 홍보내용에는 2005년 유럽 전역을 뒤흔든 화제의 베스트셀러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입견 때문일까요? <다빈치 코드>의 인기를 편승해 만든 아류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군요. 이런 종류의 소설은 많은데도요. 암튼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소설 자체가 정말 별로여서 그런지 ‘음모론+할리퀸 로맨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속마음이 드러나는 남성 등장인물 중 하나인 마르코 반장이 나올 때는 잘 모르겠는데 ‘소피아’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여자 주인공(이 맞겠죠?)이 등장할 때는, 특히 재력 있고 권력 있고 어떤 남성보다 매력적이고 여자에게 관심도 없고 미혼인 ‘움베르토 달라쿠아’만 나오면 로맨스물로 변해 버립니다. 내가 왜 이러지, 원래 이렇지 않은데, 이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다니 등등.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정작 본인은 모르는, 소피아에 대한 미모 예찬까지. 이거 딱 로맨스 아닌가요? 실실 미소를 흘리며 보고 있습니다. |